제목: 핸콕 Hancock
주연: 윌 스미스(존 핸콕), 샤를리즈 테론(메리 엠브리), 제이슨 베이트먼(레이 엠브리)
감독: 피터 버그
사실 지금까지 나오는 슈퍼히어로는 어두운 면을 가지긴 했어도, 착했다. 언제나 남을 도와주려 했다. 어찌나 슈퍼히어로들이 마음씨 하나 좋고, 희생정신 하나 투철한 지. 하긴, 필자도 SAT(미국버전 수능시험) 에세이를 쓸 때 영웅들이 가져야 할 덕목은 희생정신이라 쓰니, 할 말 다 했다.
하지만 오늘 볼 핸콕은 다르다. 컨셉이 까칠한 슈퍼히어로다. 'a**hole' (자막해석은 꼴통이라 하더라) 이라는 말만 하면 범죄자에게 처절한 응징을 하려 하지를 않나, 영웅짓을 했더니 그로 인한 피해액이 더 커지질 않나. 슈퍼히어로라면 TV에서 늘상 칭찬을 해야 하는 것이 뻔한데, 핸콕에게는 욕을 한다.
이런 핸콕의 나날에 변화가 온다. 어느날 핸콕이 우연히 구해준 PR전문가 레이는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시켜주기로 결심하고, 아예 작정을 하고 감옥에 들어가라고 추천해준다. 범죄가 다시 많아지면 핸콕을 알아서 석방해줄 것이라며. 감옥에서 레이의 이런저런 가르침(착륙은 살짝 하고, '잘했어!'를 외치라는 등)을 받은 핸콕은 결국 영웅이 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핸콕은 레이의 아내인 메리에게서 뭔가 자신이 관련이 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필자가 쓴 저 시놉시스가 끝나는 부분이 바로 잘 나가던 영화가 망가지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약간 웃긴 영웅 이야기로 가던 것이 갑자기 급선회에서 엄청 진지해진다. 물론 모든 것은 샤를리즈 테론이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차라리 영웅화가 된 이야기에서 악당을 넣던지, 아니면 후반부와 전반부를 연결시킬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었을 듯싶다. 워낙이 러닝타임도 짧다 보니 이럴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원래 원작이 된... 만화인지 소설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원작이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라는데 이를 좀 가볍게 만들려다보니 이런 괴리감이 만들어진 듯하다.
윌 스미스는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데, 원래 고독한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수백 대의 로봇에 맞섰던 <아이, 로봇>이나, 지구에 혼자 남은 사람을 보여준 <나는 전설이다> 그리고 <핸콕>까지. 아무래도 윌 스미스의 연기 방향은 이미 정해진 걸까. 하여튼, 윌 스미스가 요즘 나오는 영화를 보면 모두 끝이 약간 실망스럽다. <나는 전설이다>도 엔딩이 약한 점이 아쉬웠다. (그걸 인식했는지 DVD에 다른 엔딩을 넣었는데, 보신 분들 말로는 원래 엔딩이 차라리 낫단다... ;;)
앞으로 윌 스미스의 영화 엔딩이 좀 더 탄탄해지기를 바라며... (뭐 이러냐... ;;)
총점: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