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do's Column2010.01.2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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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에 출시된 모토로이는 확연히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갈려 있다.
안드로이드 폰이 드디어 우리나라에 상륙하는구나라는 기대와, 안드로이드 마켓의 국내 현지화 문제, 아이폰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UI, 그리고 결정적으로 SKT에 대한 인식 (SKT가 모토로이에 많은 것--심지어 통합 메시지함까지!--을 포기했음에도) 등이 모토로이의 걸림돌 중 몇 개다.

하지만, 많은 얼리 어답터들은 이 질문을 던진다: "왜 드로이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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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바로 미국에 버라이즌 전용으로 출시된 모토로라 드로이드다. 나도 국인 지인이 썼던 리뷰를 번역했던 적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만약 모토로라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출시한다면 바로 이 녀석일 거라 생각했다. 대신, 우리는 모토로이를 얻었다.

일단, 이름부터. 왜 모토로이인가?
미국의 드로이드란 이름을 쓰지 않은 이유는, 드로이드의 상표권 때문이다. 드로이드란 이름은 모토로라가 아닌, 스타워즈를 만든 루카스필름에게 있다. (드로이드란 단어가 조지 루카스가 만든 단어다.) 그래서, 드로이드란 상표권을 얻을 때, 미국 내에서만 쓸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고, 결국 미국에서만 드로이드란 이름으로 출시된 것이다. (그 결과로, 같은 폰인데도, 유럽에서는 '마일스톤'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사내 투표로 모토로라와 안드로이드가 합쳐진 모토로이 (MOTOROI)로 최종 이름이 결정됐다고 한다.

또한, 드로이드와 모토로이는 거의 완전히 다른 폰이라 하도 무방하다. 같은 거라곤 내부 사양인 ARM Cortex A8 기반의 600MHz 프로세서와 256MB RAM, 그리고 안드로이드 2.0이 기본탑재된다는 것 정도다. (드로이드는 1월 22일, 모토로이는 3월 경에 안드로이드 2.1로의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 차이점을 보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로 올렸고, DMB도 탑재했다. 미디어 재생능력이 더욱 좋아졌고(거의 어떠한 변환의 필요 없이 동영상 재생을 지원), 그거로도 모자라 HDMI 포트까지 탑재했다. 우리나라에 나오는 스마트폰 중 이 수준의 고사양도 없다. 게다가, 지역화를 위해 약간의 UI 개조가 이루어졌고, 3월 경에는 T맵 등의 SKT 서비스도 추가될 예정이다. (대신 미국은 공짜로 구글 네비게이션을 얻는다. T맵도 모토로이가 스마트폰이라 무료로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얼리 어답터들이 모토로이에게 군침을 흘리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럼 뭐가 빠졌을까? 가장 큰 것, 그리고 가장 논란이 많이 일고 있는 것은 바로 쿼티 키보드의 미탑재다. 많은 블로거들은 쿼티 키보드의 제외를 가장 아쉽게 생각한다. 왜 쿼티 키보드를 뺐냐는 질문에, 모토로라 측은 이렇게 답했다: "국내의 실정에 더 더울리는 셋팅이다"라고. 물론, "난 그럼 국내 실정이랑 맞지 않는가보다"라고 더 성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을 위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그렇다, 여러분은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다.

아니, 이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생각해봐라.

(ÁÖ)´Ù³ª¿Í | Nikon D200 | Normal program | Pattern | 1/204sec | F/2.7 | 0.00 EV | 5.6mm | ISO-100, 0

위는 바로 삼성의 '연아의 햅틱'폰으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폰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이 폰 가진 사람들 좀 된다.) 소위 '김연아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고, 폼 팩터를 봐라. 바로 풀터치폰으로, 쿼티 자판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모토로라의 선견지명은 적중한다: 우리나라에 출시되서 인기를 끌은 쿼티 키보드 장착 폰은 터치스크린이 달렸던 안 달렸던,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아니, 아예 없어서 꼽지도 못할 정도다. 그나마 내가 기억하는 국내에 판매됐던 쿼티 키보드 폰도 몇 가지 안 되고, 그것들마저 다 외산 폰들이다. (HTC 터치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인 예. 결국...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풀터치폰들 중에 쿼티 안 달렸던 것들은? 너무 많다. 삼성만 봐도 그렇다. 햅틱1, 햅틱2, 연아의 햅틱, 햅틱 아몰레드, 햅틱착, T옴니아, T옴니아2, 쇼옴니아, 오즈옴니아... 끝도 없다.

그럼, 우리나라 핸드폰 사용자들은 이렇게 쿼티 키보드가 없는 풀터치폰에 열광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휴대성: 일단, 한국의 소비자들은 참 희한하다. 얇기만 하면 환장한다. 더 이상 얇아지면 그립감을 희생하는 데도, 그딴 것 상관안한다. (내 생각엔 11~13mm 선이 현실적으로 그립감도 유지하면서 얇은 '슬림-그립 한계 두께'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얇아지면 그립감이 너무 어정쩡해진다. 아이팟 터치처럼.) 쿼티 키보드는 일단 장착하면 두께는 2~3mm 정도 증가해버린다. 두꺼워지는 것이다. 쿼티 키보드를 단 놈중에는 그래도 얇은 축에 속하는 드로이드와 모토로이를 비교해봐도 이 차이점은 더 확연하다: 드로이드는 13.7mm인 반면에, 모토로이는 11mm 이하까지 줄인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그나마 논리적인' 무게 감량도 한몫한다. 드로이드는 169g인데 반해, 모토로이는 140g까지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여전히 아이폰 3GS보다 5g 정도 무거운 무게이기는 하다.)
  2. 쿼티 키보드의 실질적 실용성: 한국의 문자의 달인들, 즉 '엄지족'들은 모두 3X4 번호 키패드로 하는 문자에 지난 십 몇년간 적응해왔다. 그러니, 뭣하러 쿼티 키보드를 단 모델을 내는가? 다시 적응하느라 속도는 현저하게 떨어질테고, 심지어 어떤 엄지족들은 비효율적이라 느낄 수도 있다. (여기서 쿼티 키보드를 찬양하시는 얼리 어답터분들의 외침은 씨알도 안 먹힌다. 이건 사실이다.) 여기서 풀터치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좋은 대안이 된다. 소프트웨어상으로 3X4 키보드도 배열 가능하고, 쿼티 키보드 배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예 다른 핸드폰 제조회사들(삼성, LG 등)의 3X4 키보드를 개발해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려도 될 판이다. (이건 내가 생각했는데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나중에 이거 앱으로 내실 꺼면 내 이름 꼭 끼워주시길... <-어이!) 물론, 진짜 버튼을 쓰는 만큼의 느낌이야 나지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감으로 주머니 속에서 치는 건 불가능이라 봐도 된다) 햅틱 반응도 있고, 뭐... 직접 보면서 치는 데는 살 만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모토로라는 영영 안드로이드 폰에 쿼티 키보드를 달지 않을까? 모토로라는 "출시 고려는 하고 있다"라고 했다. 아마 실험적으로 판매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다 모토로이가 잘 팔리면 그렇단 얘기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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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모토로이는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근거에서? 모토로이는 모토로라의 오랜 한국 진출 생활(?)의 결과물이다. 모토로이를 내놓을 때, 모토로라는 철저하게 국내 사용자들을 조사(?)했고, 모토로이는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라면 침을 질질 흘릴만한 기능들이 쫙 있지 않은가: 고화소 카메라, 캠코더, 지상파 DMB, FM 라디오, 변환이 필요없는 동영상과 무 DRM MP3 재생기능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거라곤 아마 안드로이드 OS 그 자체 뿐일 것이다.



안드로이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안드로이드는 한국 국민들에게 약간 '신비감 있는 존재'처럼 여겨진다. 모토로이가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것만으로 마케팅이 치고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점은 산재되어 있다: 안드로이드의 UX (User eXperience)는 아이폰의 그것보다 확연히 떨어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드로이드의 리뷰에서 알렉스는 이렇게 말한다: "안드로이드는 기술자들이 설계한 티가 팍팍 난다.") 게다가, 애플의 전체주의적 폐쇄성 덕에 실현된 플랫폼 안정성을 거의 완전개방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는 따라가기 힘들다. 버전 업데이트가 폰마다 제때 이뤄지지 않아 현재 1.6에서 2.1에서 버전들이 퍼져 있고, 2.0으로 올라오면서 새로운 SDK가 나와 완전 아비규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장난이 아니다고 들었다)이 따로 없다. 구글은 어서 이를 통일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빠르게.

결론적으로, 나는 모토로이가 잘 되길 바라고 있다. 그래야 넥서스 원 같은 더 좋은 안드로이드 폰들도 들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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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doK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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