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바타의 리뷰가 아니고, 순전히 3D 버전에 대한 감상평을 올린다.
이미 아바타는 2D로 봤었다. 그 때도 상당한 비주얼 수준에 눈이 떠지고, 입은 떡 벌어졌다. 화려한 비주얼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3D로 본 주변 지인들이 '아바타는 3D로 봐야 한다'라며 부추겼고, 결국 미국으로 가기 전 날 (어제)에 3D를 겨우겨우 예매해서 (도대체가 개봉 몇 주째인데 아직도 매진행렬을 이어가는...) 보게 되었다.
결과는... 실망이다.
일단 3D 영화라 함은 깊이를 이용한 신기한 맛에 봐야 하는데, 아바타 3D는 그런 맛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스튜디오 샷에서나 그런 '깊이'가 부각되고, 내가 기대했던 야외 CG샷에서는 깊이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차이점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내가 이걸 알게 된 것은 CG 장면이 진행될 때 가끔씩 3D 안경을 벗어봤는데, 이건 뭐 맨눈으로 봐도 그게 그거였던 것이다. 특히, 영화 초반부의 우주선이 판도라에 도착하는 장면은 아예 그냥 2D 장면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런 면에서는, 재작년에 봤던 브렌든 프레이저 주연의 어린이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보다도 못하다. (뭐, 그건 아예 작정하고 그렇게 만들었으니 그렇다고 치자.)
그리고, 안경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기술자들은 어서 3D 영화 시청시 이놈의 안경을 벗어버릴 방법을 빨리 찾아내야 할 것이다. 안경을 쓰는 나로선 두 겹으로 안경을 쓴다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중간에 안경을 몇 번 벗은 이유도 그거였다. 영화 내내 그놈의 안경이 불편해서 계속 손으로 만지작거리느라 영화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처음으로 아바타를 볼 거면 물론 3D로 볼 것을 추천한다. 내가 위에 저렇게 쓴소리를 던졌지만 여전히 좋은 영화이고, 3D로 보면 비주얼적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미 2D를 봤다면, 3D로 또 볼 필요는 없다. 2D 버전의 아바타도 여전히 비주얼이 출중한 영화고, 2D를 이미 보고 3D를 다시 볼 만큼의 가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