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do's Column2008. 11. 1. 01:04
요즘 미국에 와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맥을 쓰고 있다. 아이팟으로 시작된 애플의 행보는 '맥의 대중화'로 옮겨졌다. 예전까지만해도, 맥은 매니아적, 혹은 프로페셔널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 맥의 점유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걸 보면 더이상 그렇지는 않아보인다. 물론, 필자도 애플의 움직임 덕에 맥을 산 거지만 말이다.

맥의 대중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인다. 뭐겠는가? 물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이다. 그럼, 이런 애플의 움직임들을 하나둘씩 살펴보자.


1. 소프트웨어
요즘 Mac OS X이 어떻게 진화하는 지를 보면, 애플의 '맥 대중화' 코드를 읽을 수 있다. 원래 Mac OS X은 유저친화성이 강했다. 수많은 장치들의 드라이버가 자동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iPhoto, iMovie 등의 번들 어플리케이션 등이 있어 사진 관리나 동영상 편집을 쉽게 한다. 그런데, 이번 10.5 레오파드에서, 그 중 궁극적인 기능이 포함됐으니, 바로 '부트 캠프'다.

부트캠프는 간단히 말해 맥과 윈도우로 듀얼 부팅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컴퓨터 내의 하드 드라이브 내에 파티션을 나눠주고, 윈도우 설치과정까지 한큐에 해결해준다. 이는 아마 옛날의 애플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행동이다. 물론, 이는 애플의 인텔 플랫폼 전환(아래에서 더 얘기하겠다) 덕이기도 하지만, 애플의 대중화 마인드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부트캠프는 순전히 윈도우에서 맥으로 스위칭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상대책구'인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부트 캠프의 등장은 맥 사용자들에게는 단비와 같았다.

하지만, 부트 캠프는 맥과 윈도우를 듀얼 부팅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윈도우와 맥을 동시에 쓰고 싶으신 분들(예를 들어, 윈도우로 WMA를 MP3로 변환한 다음, 맥용 iTunes로 넣는 것)에게는 부적합할 수도 있다. 그 때는 VMware Fusion 아니면 Parallels Desktop이 적합하다. 필자는 Fusion을 쓰고 있고, 많은 분들도 Fusion을 추천한다. 하지만, 메모리가 좀 있어야 한다는 사실... (2GB는 되야 좀 살만 하다.)

하여튼, VMware와 Parallels가 아무리 독립회사라 하더라도, 이들의 애플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애플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어떻게 보면 이 두 프로그램 또한 맥 스위쳐들을 위한 애플의 배려인 셈이다. 이런 옵션들은 맥 스위쳐들이 좀 더 안심하고 맥으로 스위칭하게 해준다. 이건 필자도 안다. 필자도 이걸 보고 안심해서 스위칭을 한 경우니까.

이런 것처럼, 애플은 맥과 윈도우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강 위에 다리를 놓은 셈이다. 이런 애플의 노력은 확실히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10월에 있었던 노트북 이벤트에서, 팀 쿡은 미국내 유통 채널에서 지난 몇 년간 맥을 구입한 사람들 중 50% 이상이 일명 '스위쳐'들이라고 밝혔다.


2. 하드웨어
2005년에 있었던 세계 개발자 회의 (WWDC)에서, 애플은 급작스럽게 맥을 PowerPC 플랫폼에서 인텔 듀얼코어 프로세서 플랫폼으로 교체한다는 발표를 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애플 역사상 세 번째 큰 이동(Transition)이라고 밝히며 이 교체의 이유는 '인텔 프로세서가 PowerPC에 비해 더 빠른 속도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게 끝일까?

사실, PowerPC는 맥과 윈도우가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다른 플랫폼으로 인한 각자의 다른 세상. 그런데, 애플이 플랫폼 전환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이제 이들은 누가 더 좋은 머신을 만드나 비교하게 생긴 셈이다. 여전히 맥과 윈도우라는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의 차이점이 있지만, 급기야 첫 인텔 맥(아이맥, 맥북 프로) 발표 후 두 달만에 발표된 부트 캠프로 인해 맥으로 윈도우도 돌릴 수 있게 되버린 상황에서 이들은 어떻게든 경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작년쯤에 맥북 프로가 비스타를 가장 빨리는 노트북으로 인정받은만큼, 애플은 이런 것으로 인해 자신감이 더 생길 것이다. 이는 대중화를 위해 애플이 선수를 친 전략인 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이동 자체가 맥을 대중화시키기 위한 애플의 전략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인텔 플랫폼 교체는 부트 캠프와 가상 머신 소프트웨어 등 스위쳐들을 위한 배려를 많이 할 수 있게 되었고, 포트가 힘들었던 PC 소프트웨어 (특히 게임 등) 등의 포팅이 훨씬 더 쉬워졌다. (PowerPC 때와는 달리 윈도우에서 맥으로의 포팅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EA의 맥 게임들이나 맥용 Call of Duty 4 같은 경우는 모두 인텔기반 맥에서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3. iPhone -> Mac?
이제부터는 억측 섹션이다. 이 부분은 정말로 필자만의 의견이니, 혹시 이에 대해 반대하실 경우에는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하여튼, 2007년 아이폰이 나오면서, 애플은 또다른 대박을 쳤다. 애플의 2008년 3분기 실적이 좋았던 게 아이폰 덕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이폰은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아이폰의 이러한 성공 요인 중 하나에는 강력한 소프트웨어가 있다. 아이폰의 운영체제(OS)는 Mac OS X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또한 2.0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SDK 공개로 인해, 서드 파티 개발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해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앱 스토어로 가기까지는 애플이라는 커다란 난관이 있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 생각이지만, 아이폰의 놀라운 성공은 아마 일반 대중들에게 맥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을 것이다. '모바일 버전이 이렇게나 좋은데 실제 OS X은 어떨까?'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런 억측을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가 없긴 하지만, 아이폰의 놀라운 UI를 체험해보고 맥으로 스위칭한 사람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건 필자 경험이다.)


4. 그래도 한국인에겐 '여전히 먼 당신' (번외편)
이러한 애플의 스위쳐들을 위한 마케팅은 상당히 잘 먹히고 있다. 필자의 주변인들만 보더라도, 확실히 스위칭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들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맥을 쓰는 사람들은 정말로 흔하지 않다. 물론, 인텔 이동 이후로는 확실히 늘어났으나, 미국 정도의 성장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윈도우의 장벽'이 너무나도 크다. 물론, 이제 모든 맥에는 부트 캠프가 깔려 나온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람들은 맥으로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쓸모없는 행동이라 여긴다. 윈도우로 쓸 거면 더 싼 PC로 가지, 왜 맥으로 가는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들은 맥의 중독성(?)을 모른다는 사실.) 

또한, 애플컴퓨터코리아의 국내 지원 또한 문제이다. 애플컴퓨터코리아는 '지사'라기 보다는 무슨 '지역 딜러'에 가까울 정도로 지역화 지원이 미흡하다. 어디를 가려 하면 꼭 영어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맥 유저 되려면 웬만큼의 영어는 알아야 한다는 속설이.. ;;) 또한, 이들이 맥에 가하는 가격폭탄 또한 만만치 않다. (요즘 맥북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이미 여러 맥 유저들이 애플컴퓨터코리아의 담당자와 자신의 맥에 관해 싸운 것 또한 여러번이다.

이미지라는 것은 제품도 제품이지만, 사후 서비스도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서, 애플컴퓨터코리아는 'F'다.


5. 총평: 대중화 vs 독자적 아이덴티티.
대중화와 아이덴티티, 이 둘을 동시에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화를 시키자니 하도 유저층이 다양해 혁신적인 업데이트가 힘든 경우가 있고(윈도우가 그렇다), 아이덴티티를 지키자니 대중화를 시키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후자는 바로 2005년까지의 맥이었다. 애플이 아이팟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을 때, 맥은 여전히 소수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맥도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과연 애플은 맥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대중화를 성공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아이팟만 봐도 그렇다. 아이팟의 등장한 지 7년째인데, 아이팟에서 이제 애플만의 아이덴티티라는 것을 찾기란 많이 힘들어졌다. 작년에 등장한 아이팟 터치를 끝으로, 보수적인 아이팟 라인은 정말 아이덴티티라는 부분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

과연 애플은 맥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아니면 대중화와 아이덴티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이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