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The Host2007. 4. 27. 10:27

어제 시간상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파트를 나눠야 했던 점, 사과드린다.

그럼, 오늘은 외로운 질주 장면부터...

5. 외로운 질주, 격리공간에서의 강두, 그리고 은신처에서의 현서와 세주.

남주가 한강철교의 서비스 통로를 건너는 장면. 이도 역시 봉준호 감독이 헌팅에서 찍은 사진 중 하나를 영화에서 그대로 썼다. (역시 메이킹북에 있다.) 이 장면에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배두나는 뒤에서 보면 꿋꿋이 걷고 있지만, 앞에서는 울고 있었다고.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남주가 들어간 매점에서 괴물과의 혈투 장면에서 괴물이 분명히 뒤집었는데, 다시 똑바로 되어 있는 것이 옥의 티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남주가 이 장면에서 들어간 매점은 괴물과의 혈투 장면에서의 매점과 다른 매점이다. 한강이 통제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남주는 어느 매점에나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괴물과의 혈투 장면의 매점도 강두와 희봉의 매점이 아닌, 다른 매점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매점이라니깐!

남주가 괴물에게 맞고 나가떨어지는 장면은 괴물의 대역인 검은 타이즈맨이 큰 충격흡수 봉을 실제로 휘둘렀다. 그리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배두나에게는 와이어가 장치되었다. 즉, 검은 타이즈맨이 봉으로 배두나를 치면, 그 때 와이어가 작동하면서 배두나가 날아가는 것이다. (역시 메이킹북에서 퍼왔다.)

원래는 타이즈맨한테 한 방 맞은 장면.

또한, 남주가 괴물에게 맞는 순간의 그곳은 원효대교 아래의 우수구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남주가 떨어진 그 좁은 틈은 세트다. 굉장한편집기술임은 틀림없다.(실제 원효대교 아래의 우수구에는 저런 좁은 틈이 없을 뿐더러, 설령 있다 하더라도, 촬영장비가 들어가긴 힘들 것이다.)

이건 실제 원효대교 아래 우수구지만,

이건 세트다.

강두를 살펴보는 미국인 의사를 맡은 인물은 폴 라자(Paul Lazzar)로, <양들의 침묵>에 출연했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실제로 사시로, 봉준호 감독이 사시인 것이 맘에 들어 캐스팅했다고 한다. 이 사람은 <괴물>에 캐스팅되었을 때, 그냥 어린이용 괴수영화인 줄 알았으나,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송강호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고.

원래 이 장면에서는 강두가 "No Virus? 바이러스가 없는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 직후에 미국인 의사가 독일어로 말하는 장면이 있다. 독일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독일어 강사를 고용했고, 외우지 못하자 상대 한국인 의사의 헬멧에 독일어 대사를 적어서 촬영을 해냈다. 하지만, 나중에 그 장면이 너무 길어져 결국 삭제해야 했다. (결국, 그 모든 게 쌩쇼였단 소리다. 하지만 이 삭제 장면은 DVD의 서플먼트로 볼 수 있다.)

이제, 현서와 세주의 은신처 장면. (괴물 은신처 자체는세트라는 것은 모두 아실 거다.)

현서와 강두, 부녀의 이음선 역할을 하는 맥주. 하지만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맥주가 아닌 청도 복숭아였다. 하지만, 맥주가 훨씬 나아서 대본을 바꿨다.

삭제 장면 중에, 좁은 하수구에서 움츠러들은 현서의 장면이 있는데, 이는 너무 세트라는 것이 보여서 삭제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그 삭제 장면.

괴물이 세주가 깨는 소리를 듣고 다시 은신처로 들어왔을 때, 현서가 세주를 보호하려는 장면.

원래 봉준호 감독이 배두나의 추천으로 고아성을 현서 역으로 캐스팅했을 때, 고아성이 과연 이 역을 해낼 지 고민이 많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장면을 촬영할 때, 고아성의 눈빛을 본 순간, 그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고.

누가 봐도걱정 안 하겠네뭘.

(저 때 아성이 앞에는 당연히 카메라가 있을 테니)

6. 현서의 죽음, 그리고 괴물과의 최후의 결투

에이전트 옐로우의 살포 장면. 이 장면에서 살포제는 실제로는 황토 가루다. 원래 노랑색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카레 가루로 가려 했으나, 살포된 다음 멀리 퍼지는 듯한 느낌도 없고, (서플먼트를 보면 그냥 퍽- 떨어진다.) 카레 가루 자체가 너무 맵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황토 가루로 바꿨다. 하지만, 살포 장면은 나중에 황토 가루를 치우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한 테이크에 끝내야 했다. 살포된 황토 가루는 여자 스태프에게 나눠줬다.

이 시퀀스 즈음에서 왜 괴물이 현서를 끝까지 잡아먹지 않았나라는 문제의 해답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 말에 의하면, 괴물은 현서를 '먹이'가 아닌, '애완동물'로 생각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왜냐하면, 괴물 자체가 부모도, 친구도 없이(돌연변이이다 보니) 외롭게 자라왔기 때문에, 자신과 놀아줄 애완동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라고 하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추측이다. 그래서 현서가 은신처를 탈출하려 할 때, 바로 잡아먹지 않고 꼬리로 그냥 잡은 후, 풀어준다. 꼭 "가지 마... 나랑 같이 있어줘." 이러는 것처럼 말이다.

강두가 세주를 안고 가는 장면에서, 원래 이병우 음악감독이 준비했던 음악은 한강찬가를 변주시킨 곡이었다. (OST의 38번 '버려진 노래')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의견에 따라 나중에 새 식구 Ver.2로 바꿨다. (그래서 곡 이름이 '버려진 노래'군. 말 그대로 '버려졌으니.')

강두 가족의 현서를 찾아다닐 때 나오는 음악 '현서야!'를 삽입할 때도 봉준호 감독과 이병우 음악감독은 다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1절('현서야!'는 총 3절이다. <-너 맘대로)을 반주만 내보내자고 한 것. 서플먼트를 보면 이병우 음악감독은 '그 때 음악인으로서 약간 기분이 안 좋긴 했다.' 라고 한다. (정확한 지는... 쩝)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의견대로 하기로 했고, 그 장면의 '현서야!'를 잘 들어보면 1절에 반주가 없다. (그런데 난 오히려 그 버전이 좋긴 하다. 풀 버전의 '현서야!'는 엔딩 크레딧 도중 나오고, 또한 OST에도 풀 버전이 있다. 또한, '한강찬가 Trumpet Version'의 확장판도 들을 수 있다. 이 버전은 OST에 없다.)

7. 에필로그 - 눈 오는 매점

원래 이병우 음악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음악을 하나 준비했다. (39번 '눈 오는 매점') 딱 들으면 현서를 잃은 강두의 슬픔과, 세주를 잘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곡인데, 편집 때문인 지는 몰라도, 그 음악보다 그 시퀀스의 시간이 짧아진 건지, 결국 그 시퀀스 전체는 음악을 삽입하지 않았다. (이것에 이병우 음악감독은 굉장히 섭섭해했다고 한다.)

과연 현서는 살아 있을까? 그건 우리 모두의 바램일 수도 있다.

위의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은 현서가 살아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사실, 그것이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나도 끝까지 현서가 눈을 뜨기를 바랬으니까.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말한다. '현서는 죽었다'고. 또한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하곤 한다.

8. <괴물>을 둘러싼 논란.

1) 괴물의 모습은 표절이다?

<괴물>의 개봉 이후, 네티즌들(아마 일본인들이 시작했을 거다)은 괴물의 모습이 일본 만화영화의 한 괴물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 때, 청어람은 괴물의 제작과정을 공개하면서 이 논란에 일침을 놓았다. (당시 뉴스자료를 잘 뒤져보면 나온다. <-네가 링크를 걸어주지 왜...?) 또한 이 사람들이 DVD 서플먼트를 본다면, 그런 말은 못할 거다. 괴물의 모습은 크리쳐디자이너 장희철이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서플먼트에는 괴물이 영화에서의 모습으로 바뀌기까지의 모든 모습이 담겨 있다. 심지어 봉준호 감독은 나중에 이런 말을 했다.

"만약 괴물 디자인이 진짜 표절이었다면 시체스 영화제같은 곳에서 장희철 씨가 상을 수상하셨겠냐고요. 시체스 영화제라 함은 괴수, 괴물 쪽에서는 전문가들 중에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상을 시상하는 영화제인데..."

맞는 말이다. 그러면 왜 장희철이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겠는가? 만약 괴물의 디자인이 표절이었다면 말이다. 말도 안되는 것이다.

2) <괴물>은 반미 영화다?

사실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괴물>의 전체적인 톤을 보면 몇몇 할리우드 영화들의 "미국 만만세" 톤과는 확실한 반대 성향을 취하고 있다. 미군에 의해 만들어진 괴물과, 바이러스 사태를 시작한 것도 미국, 그리고 후반부 쪽으로 가서는 아예 에이전트 옐로우를 남의 나라 땅에 살포하려 한다. 오죽하면 봉준호 감독이 <괴물>의 영어 이름을 라고 지었겠는가. 그 이름은 바이러스의 숙주인 것으로 알려졌던 괴물 뿐만 아니라, (Host란 단어는 '숙주'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숙주에 빌붙어 다니는 한국을 비꼬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괴물>은 반미 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메이킹북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만약에 <괴물>이 반미 영화라면, 봉준호 감독은 아마 좀 더 암시적인 방법을 썼을 것이다. <괴물>처럼 시작에 대놓고 미군 의사가 포름알데히드를 부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장면은 삽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에 세심한 디테일을 보이는 봉준호 감독이기에, 이해가 가는 말이다.

3) 괴물이 불에 붙는 장면은 너무 어색하다?

괴물의 불이 정형돈이 되는 순간.

<괴물>이 공개된 이후, 모두 남주가 괴물을 향해 불화살을 쏴서 괴물이 붙는 장면에서 괴물의 몸에 붙은 불이 너무 어색하다는 말을 한다. 게다가, 앞에 있었던 진짜 화염병과도 대조되는 바람에 더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오퍼니지 쪽과 한국 스태프 쪽 반론을 들어보자.

처음으로, 그 이펙트는 모두 실제로 휘발유에 불을 붙여 실험을 해본 뒤 그걸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CG를 위한 물리적 특수효과를 프렉티컬 이펙트(Practical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괴물이 현서를 납치해서 한강에 들어갈 때나(이 때도 너무 물결이 적게 퍼진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실제 괴물 무게의 추를 강물에 떨어트려 촬영한 뒤, 이를 합성한 것이라고 한다) 괴물이 방역차를 덮치거나(이 때는 괴물 무게의 추를 트럭에 떨궜다), 또는 괴물이 사람을 뱉거나(이 장면은 관에 막 비슷한 것을 씌운 후, 연기자를 관에 통과시켰다) 노숙자가 괴물에게 휘발유를 부을 때(괴물 높이의 그릇을 세워 휘발유가 괴물의 몸에 맞고 떨어지는 효과를 연출했다) 등에 쓰인다. <괴물>에는 괴물의 물리적인 효과를 살리기 위해 이러한 프렉티컬 이펙트가 많이 동원됐다.

두 번째로, 오퍼니지 측에서 그 불을 CG로 재현할 때 쓴 프로그램이 알파 버전이었다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괴물>의 CG 감독이었던 케빈 레퍼티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으로, 알파 버전이라 함은 보통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테스트용으로 내놓는 베타 버전보다도 더 이른 버전이다. 레퍼티의 말에 의하면, 그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데만 2명의 프로그래머가 달라붙어야 했고, 한 주마다 2번이나 업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런 처지에서 저 정도의 불이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울 정도다.

9. 보너스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마디 붙인다. 강두 가족이 현서를 찾아다니는 장면에서, 잘 보면 원효대교 아래의 우수구 앞을 지나가는 장면도 있다. 그 때 들어갔으면 현서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모두 이건 생각 못했겠지...?)


으이그... 저 때 그냥 들어갔으면...
(뒤의 원효대교, 보이는가?)
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