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The Host2007. 4. 26. 07:27

<괴물>은 내가 직접 코멘터리를 들으면서 본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다. (다른 영화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였다.)

이번 <괴물>에는 봉준호 감독의 단독 코멘터리, 봉준호 감독과 강두 3남매(송강호, 박해일, 배두나)의 코멘터리, 스텝 코멘터리 등이 있는데, 이 중 나는 봉준호 감독의 코멘터리와 감독, 배우들의 코멘터리를 들었다. (스텝 코멘터리는 시간 나면 들을란다.)

코멘터리는 영화가 어떻게 제작되었는 지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물론, 그 자료는 별로 쓸모는 없겠지만... ;;) 자, 그럼 코멘터리로 본 <괴물>, 시작해보자!

(영화를 보면서 읽으신다면 훨씬 재밌을 지도... <-그냥 코멘터리를 들어보시는 것도...)

참고: 이 중 몇 가지(대부분), 또한 순서 등은 레드써니님의 블로그를 참조했다.코멘터리를 본 게 몇 개월 전이라...

(맘대로 정보를 퍼간 점,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원본: http://blog.naver.com/i2krs/60034003521(여긴 스크린샷도 있다.)

1. 프롤로그(포름알데히드 투하(???) 장면, 잠실대교 낚시장면)

이 시퀀스에서 일단 미군 기지 장면을 보자. 여기서 나온 미군의사 더글러스(실제 사건의 맥팔랜드에서 따온 캐릭터)를 맡은 인물은 스콧 윌슨(Scott Wilson)이다. 코멘터리에 의하면, 이 배우는 <괴물> 촬영을 위해 한국에 약 이틀 간 머물렀다고 한다. 듣자 하니 이 사람은 꽤 유명한 사람으로, 나온 영화 중에는 <진주만> 등이 있고(Imdb를 뒤지는데, 유명한 건 이것밖에...) CSI 라스베이거스 시리즈에서 샘 브라운(Sam Braun)을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CSI에서 여러 카지노를 가지고 있는 부호로, 캐서린이 자신의 DNA와 비교해 자신의 친아버지임을 밝혀낸다. 그리고 캐서린의 품에서 죽는다.) Imdb의 트라비아에 의하면, 봉준호 감독은 윌슨을 좋아해서 더글러스 역에 캐스팅 하기 위해 스크립트와 <살인의 추억> DVD를 함께 보냈고, 그는 출연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도 이 사람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괴물> 시사회에 깜짝 출석을 해 놀랐다고 한다. 만약에 알았으면, 자신이 산 윌슨이 나오는 DVD를 가지고 가서 죄다 사인을 받을 걸 하고 후회했다고.

몇몇 CSI 팬이시라면 기억하실 지도 몰라서 이렇게 사진을 하나...

(아, 이 사람...)

아이구... CSI 얘기 나온다고 윌슨 얘기에만 몇 문장을 적어버렸군...

하여튼, 미군 기지 장면은 저 정도로 하고, 이제 잠실대교 장면을 보자. 이 장면에서 낚시꾼들이 낚시하는 장면은 봉준호 감독이 로케이션 헌팅을 할 때 찍은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 사진은 <괴물>의 메이킹북에서도 볼 수 있다. 정말 똑같다.

윤사장이 자살하는 장면은 연기자에게 와이어를 매달고 뛰어드는 시늉을 한 후, 나중에 물결은 같은 무게의 추를 떨어트려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2. 평화로운 매점, 그리고 괴물의 등장과 현서의 납치

맨 처음에 강두가 자고 있는 장면에서, 앞에서 음식을 훔치려는 아이를 자세히 보면... 바로 세주이다! 굉장히 무섭게 영화가 연결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강두가 몰래 땐 오징어 다리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더니, 다음 희봉에게서 꾸지람을 들을 땐 왼쪽에서 꺼내는 것이 옥의 티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강두의 후드티는 주머니의 좌우가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오른쪽에서 넣어도 왼쪽에서 뺄 수 있다. 이 장면이 옥의 티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봉준호 감독은 마음고생 많이 하셨다는 후문...

또한, 이 장면에서 변희봉이 애드리브로 "오징어 다리가 구개..." 이렇게 말하는데, 봉준호 감독도 이 대사가 맘에 들어 시나리오를 바꿨다.

맨 처음 강두의 매점의 내부가 보여지는 장면에서, 박제된 맷돼지 머리가 희봉이 사격 실력이 좋다는 암시를 주는 장면이었는데, 정작 관객들은 이를 알아채주지 않아 섭섭했다고. 또한, 경기장면에서 남주가 퍼펙트 골드를 해내는 장면은 배두나가 실제로 쏜 장면이라고 한다.

괴물을 자세히 보기 위해 둔치로 내려오는 장면에서, 관객의 시점에서 강두의 왼쪽으로 파키스탄인들이 보이는데, 이들은 분향소 장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역시 강두 가족의 왼쪽에. 그런데 이들의 연기를 자세히 보면 어색함이 묻어난다고.

괴물의 첫등장에서 괴물의 동선 설명을 위해 오토바이가 동원되었다. 그러나 정작 정식 촬영 때는 오토바이가 필요 없었다고. (리허설 때만 쓴 모양이다. 이런 것까지 신경쓰는 봉준호 감독이 가끔씩은 무섭다. 영화를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촬영 때는 한 무리의 미X 인간들처럼 보였을 터인데... ;;)

<괴물> 개봉 후 4초의 등장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던 "헤드폰녀" 한세아. (정작 촬영장에서는 "발톱녀(맞나?)"라 불리웠다는...) 괴물이 그녀를 끌어내는 장면은 와이어로 스탭이 일일이 당긴 다음, 나중에 와이어를 빼고 괴물로 합성했다.

철새도래지 컨테이너가 열리면서 괴물이 나오는 장면에서, 송강호는 어깨를 찢기는 부상을 당했다. 바로 다음 장면을 보면 강두가 어깨를 움켜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야...)

강두가 도날드 하사를 공격하는 괴물을 공격하기 위해들어올리는 표지판의 시멘트 부분은 다름아닌 스티로폼으로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무거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가 더 힘들다고. 이 장면을 봉준호 감독은 "비겁하게 도망가는 줄 알았더니 표지판을 챙기러 간 것이었다."라고 표현한다.

현서 납치 직후, "꽤액~" 소리를 지르며 들어가는 강두. 이 장면에서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의 연기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코멘터리에서 비결을 묻자, 송강호는 이렇게 대답한다. "직업상의 비밀"이라고.

3. 합동분향소와 병원, 탈출,그리고 괴물의 노랭이 습격장면

일단, 영정들 중에는 스텝들의 사진도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여기서 배두나의 첫 등장이 이루어지는데, 송강호의 "동이다, 동."이란 대사에 웃음이 터져 일부로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는 후문. (그럼 그 소리가 울음소리가 아닌 웃음 소리였단 말야...?)

박해일의 드롭 킥 장면. 이 장면에서 박해일은 어릴 때 다쳤던 무릎을 다시 다쳤다. 다행히도 이 테이크에서 OK가 났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도망치는 장면에서 다시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강두가 가렵다고 등을 보이는 장면에서 송강호는 배두나의 바지를 움켜잡았고, 배두나는 이를 잡고 안간힘을 쓰는 혈투가 벌어진다. (비록 영화에서는 그냥 지나치는 장면이긴 한데...)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묻자, 그냥 웃는 송강호... 역시 뭔가가...

괴물을 습격하는 노랭이 장면에서, 염색남을 연기했던 배우는 괴물이 트럭을 덮쳤을 때 놀라는 표정이 가려진 게 아쉽다고 한다. 그리곤 그 표정을 직접 다시 지어낸다.(<괴물> DVD의 이스터 에그 중 하나다.)

병원 탈출 장면에서 처음으로 울려퍼지는 한강찬가. (OST에는 봉고차의 위치를 따 '한강찬가(B4-A3)'라고 되어 있다.) 사실, 이병우 음악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한강찬가를 언제 내보낼 지 고민을 엄청 했다고 한다. 딱 한 번만 하고, 나머지는 변주곡 형식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서야!'가 가장 대표적인 한강찬가의 변주곡이다.)

희봉이 홍신소 직원에게서 돈을 뜯기는(?) 장면. 여기서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아!'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박노식이 등장한다. 이 날은 굉장히 추워서 비가 내리면 바로 슬러시로 변했다. 배우들을 자세히 보면 입김이 보인다. 결국, 3남매가 봉고차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따로 세트에서 촬영했다.

강두 가족의 간을철렁 내려앉게 했던 과장 역의 유연수. 그는 봉준호 감독의 첫 단편 <지리멸렬>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그의 긴장감을 주는 "썩소 연기"에 모두들 박수를 쳤다.

4. 매점에서 희봉의 일장 연설과 괴물과의 혈투, 희봉의 죽음, 그리고 현서의 위치를 알아낸 남일.

매점에서 가족이 먹는데, 현서가 불쑥 나오는 장면. 원래 슬픈 장면인데, 관객들은 어리둥절해서 오히려 웃어버린 장면이라고.

남일이 강두를 깨우려는 장면에서, 박해일의 머리 스타일을 자세히 보면 '아톰 머리'다. 이걸 보고 봉준호 감독은 박해일이 대머리가 되는 것이 아닌 지 걱정했다고.

영화의 최고 명대사... "너네들, 자식새끼를 잃은 부모들의 속냄새 맡아본 적 있어?"

칸 영화제를 위해 영어자막을 만드는 과정에서(그래서 DVD의 영어 자막이 미국인들에게 그냥 보여줘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이 대사를 어떻게 해석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결국, 영어자막은 이렇게 말한다. "Did you hear the heartbreak of parents who lost their child? (너희들, 자식새끼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 들어본 적 있어?)"

괴물이 달릴 때 총을 쏘고,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괴물을 쫓아가는 희봉, 강두, 남일.

이 장면에서 남일이 미끄러져 넘어진다. 이는 시나리오상이 아닌, 박해일이 실제로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그게 오히려 좋아 OK를 받은 장면이다.

희봉의 죽음.

이 장면에서 어서 가라는 희봉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본 오퍼니지(괴물의 CG를 맡은 회사)는 이 장면을 프린트해 핫소스 병에 붙이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오퍼니지는 한국영화를 만드는데, 한국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마음에 매주마다 소주 파티를 한다고.)

남일을 배신해버리는 뚱게바라는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이 맡았다. 사실 이 역은 괴물의 습격 장면에서의 뚱뚱남을 맡았던 배우가 맡기로 했었으나, 봉준호 감독이 맘대로 임필성 감독을 배정해버려 제작부의 항의도 컸다고.

남일의 '좆까!' (듣기로는 한때 네이버 영화의 명대사 순위 1위였으나, 아마 욕이라서 네이버 운영자가 맘대로 내려버린 듯한...)

박해일은 이 장면 덕분에 청년실업대책위원회에서 홍보대사 제의를 받았다고... (됐는지는 모르겠다만...)

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