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s2008. 7. 2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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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부극을 잘 보진 않는다. 아니, 아예 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서부극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것은 아마 잘못된 방법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영화를 그냥 영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1930년대, 온갖 범죄가 들썩이던 만주 벌판. 그 기차에 세 명의 총잡이들이 우연히 올라탄다. 바로 돈만 된다면 누구든지 쫓아가는 현상금 사냥꾼인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 최고가 아니면 못 배기는 마적단 보스인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 그리고 목숨 하나는 질기게 오래 가는 열차털이범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 이 열차에서 태구가 입수한 보물지도를 나머지 둘은 쫓고, 거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일본군, 마적단, 독립군까지 뛰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더 복잡해진다. 도대체 이 보물지도가 가리키는 것을 뭐길래? 그리고, 이 보물을 차지할 사람은 누구일까?

필자가 이 영화에 대해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시원한 액션 장면이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비오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결투 장면과 태구를 쫓는 마적단과 일본군의 추격전은 정말로 볼 만한 장면. 그리고 중간중간마다 적절히 터지는 송강호의 개그장면도 빠트릴 수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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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영화는 전적으로 송강호를 위한 영화다. 물론, 영화 광고 자체는 주인공이 세 명인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 자체는 송강호에게 더 맞춰져 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태구 캐릭터는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썼다 하니 더욱 더 그럴 만하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태구의 '이상한 놈' 이미지를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엉뚱한 성격이나 후반에 나오는 스포일러 등.) 이러니 다른 두 캐릭터는 조연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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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각도에서 보면 영락없는 야가미 이오리다...
꼭 저 손에서 보라색 불이 나올 느낌이... (!!!)

'나쁜 놈' 창이도 나름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다. 초반에는 정말 나쁜 놈의 이미지가 팍팍 풍긴다. 냉철하게 사람을 죽이는 거나, 현란한 칼솜씨 등. 하지만, 마지막에 태구와 관련된 사실(이건 스포일러)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갑자기 캐릭터가 맥이 빠지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참고로, 위 사진에서는 창이의 과거에 대한 스포일러가 멋지게 가려졌다. 누군지 몰라도 사진기사 사진 하난 엄청 잘 찍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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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도원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서 보았던 '장총 돌려서 장전하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었고(그게 뭔 상관인 지는 나도 모르겠다), 수많은 일본군을 혼자서 상대하는 등 역시 현란한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태구와 창이 사이의 카리스마 사이에서 해매는 감이 없지않아 있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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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 캐릭터를 살펴봤다. 사실, 이 영화는 홍보가 말해주는 대로 이 세 캐릭터에(물론, 태구에게 좀 더) 맞춰져 있고, 스토리는 반찬이다. 그러니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를 기대하긴 힘들다. 특히, 마지막에 모든 이해관계가 겹치면서 일본군, 독립군, 마적단이 모두 태구를 쫓아가는 상황까지 가니 스토리가 너무 복잡해지고, 이해하기가 힘들게 된다. (특히, 그 보물지도를 쫓아야 하는 각자의 이유가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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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아무래도 '김치 웨스턴'을 표방하다 보니, 예전 서부극의 클리셰를 여기저기에 넣은 부분이 보인다. 세 명이서 삼각형으로 서서 대결하는 거나, 금속 갑옷 등은 예전 서부극에서 많이 쓰이던 주제다. (특히 금속 갑옷은 <백 투 더 퓨처 3>에서 마티 맥플라이도 썼다. 이는 그가 아마도 2편에서 TV로 그 장면을 봤기 때문에 가능할 걸 거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일 것 같아 제외하겠다.

결론적으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스토리의 균형을 잘 잡은 영화다. 너무 캐릭터 쪽으로 치우쳐져 스토리가 완전히 엉망이 되지도 않았고, 너무 스토리로 치우쳐져 영화가 너무 진부해지거나 웨스턴을 베끼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막아냈다. 물론, 스토리가 약간 위태위태해도 그 위태위태함은 세 명의 캐릭터, 특히 송강호에 의해서 많이 커버된다. 아예 처음부터 다른 집단은 베제하고 이 세 캐릭터로만 승부수를 걸어도 좋았을 뻔했다.

총점: 4/5
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