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s2008. 12. 25. 01:07
제목: 과속스캔들
주연: 차태현 (남현수), 박보영 (황정남/황제인), 왕석현 (황기동)
감독: 강형철
네이버 평점: 9.20 (12/28/2008): 페이지

이 블로그에 영화 리뷰를 시작한 후로 두번째 한국영화 리뷰다. (참... 한국영화 리뷰 뜸하게 한다... ;;)

태현이 형님이 나온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방향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코미디다. (물론.) 그리고, 음악 영화기도 하다. (뭐.. 약간은.) 이미 태현이 형님(정말로 차태현이라고는 못 부르겠다... 죄송)은 이런 형식의 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바로 필자가 최고로 좋아하는 노래 '이차선 다리'를 탄생시킨 <복면달호>다. 이 영화에는 어떻게 보면 <복면달호>의 레시피를 좀 더 가다듬어 더 강한 코미디를 선보인다.

일단 설정부터가 코미디다. 태현이 형님이 맡는 캐릭터인 남현수는 30대 중반의 전직 반짝 가수, 현재는 청취율 1위의 라디오 DJ다. 그리고 이 라디오 프로의 청취율의 원동력은 바로 아버지를 찾는 미혼모 황정남(박보영)의 사연들이다. 어느날, 정남은 아버지를 직접 뵙겠다고 선언하더니, 그날밤 현수의 집앞에 나타난다. 정남은 자신이 현수가 중3때 실수하여 낳은 딸이라고 우기고, 게다가 22살의 그녀는 자신이 고1때 사고쳐서 낳은 아들 기동(왕석현)까지 데리고 들어온다. 하필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이때 나타난 그들, 현수를 일거수 일투족을 쫓는다. 하지만, 현수는 자신의 피를 타고난 그들을 섣불리 거부하지 못한다. 게다가, 정남의 사고상대가 그녀 앞에 나타나고, 현수와 정남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것으로 몰려 일은 점점 더 꼬이고 꼬인다.

이 영화는 충분히 이야기가 잘못 풀어져 이상해질 수도 있었다. 이런 익스트림한 설정을 가진 코미디는 확실히 이야기가 잘못 풀어져 이도저도 아니게 이상하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 제레미 클락슨은 외친다. "Rubbish!!!!")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그런 부비트랩을 잘 피해간다. 일단, 반전도 없다. 정남이 현수의 딸이라고 빠득빠득 우길 때쯤되면 '아니겠지...'라고 하며 반전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예 친족확인검사로 이에 대한 의혹에 과감히 마침표를 찍어버린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빵빵 터지는 코미디와 그에 잘 섞여들어가는 잔잔한 감동까지.. 확실히 이 영화는 태현이 형님의 전작 <복면달호>에서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에서 태현이 형님은 잘하는 것을 그대로 한다. 남들 웃기고, 악기 연주하고, 노래도 한다. 정말 이런 게 생활인가보다. (뭐... DJ는 생활이기도 했으니... ㅋㅋ)

하지만 정말 주목해야할 사람은 바로 저 여자애. (빠른 90이라는데, 누나라 부르기는 참 뭣하다... ㄲㄲ) 보기 전에 친구한테서 "정말 예뻐. 정말 예쁘다니까.."라는 주문만 계속 듣고 봐서 예쁜 건 알겠는데, 노래... 정말 잘한다. 물론 영화 리뷰에서 한 사람에 대해서 극찬하면 안되는 건 알지만서도... 정말 잘 부른다. 많은 분들이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과 많이 비교하시는데, 그럴만도 하겠더라. (이렇게 말하는 필자... 사실 <미녀는 괴로워> 못봤다... ㄲㄲ) 박보영을 보고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요즘 연예인은 노래도 잘해야 한다니깐." 내일 당장 OST 사러간다.. 그정도로 좋다.[각주:1]

정남의 아들역을 맡은 왕석현은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할아버지를 위해 첩보작전을 벌이는 거나, 화투를 치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어른이다. 1,000:1의 오디션을 뚫고 역을 꿰찬 아이인만큼, 할아버지와 엄마에게 눌리지 않고 확실하게 존재감을 찍어버린다.

이런... 얘기가 심각하게 사이드로 빠졌다... ;;
각설하고, 이 과속 3대가 벌이는 요절복통 코미디는 의외로 크리스마스와 어울린다. 엔딩장면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가족이 테마다 보니 비단 연인들뿐만 아닌, 가족끼리 크리스마스에 볼 만한 영화로도 손색없다. 이 영화가 왜 요즘 공전의 히트를 치는 지 알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설정인 거 안다. 아버지와 딸이 모두 과속하고, 일이 꼬이는 과정도 오버다. 하지만 그게 코미디의 묘미 아니던가. 억지스럽지만서도, 그 억지스러움에서 웃음을 찾는 것. 그게 코미디가 아니던가. 관객들은 한편으로는 세 명이 벌이는 코미디에 배꼽잡고 웃고, 감동받고, 또 박보영과 태현이 형님의 노래에 귀를 열게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웃겨주고, 감동주고, 좋은 음악 들려준 이 두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평점: 5/5


엔딩곡 - Walking on Sunshine


P.S 맥 매니아들은 이 영화에서 또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될것이다. 바로 여기저기서 보이는 사과밭의 향연. 아이맥과 맥북 시리즈(촬영시기를 고려할 때, 구형인 점도 이해가 간다), 심지어 OS X도 나온다... 만세!
  1. 12/25/2008 업데이트: 확인해보니, 이번 영화에서 박보영이 부른 노래는 '자유시대' 한 곡 뿐이다. 원래 모두를 소화하려 했지만, 개봉일정이 엉켜 부득이하게 이 곡만 녹음하고 나머지는 다른 가수들이 녹음했다는 후문이다. 필자도 현재 iTunes 라이브러리 급수정중이다... 쩝. 뭐... 노래는 좋으니 됐지 뭐. [본문으로]
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