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Kudo's Diary2010. 1. 11. 23:53

2010년 1월 9일. 내가 나름대로 기획하고 기대하던 날이었다. 보통 기대하던 것이 지나가면 하루 정도는 그 때의 기억을 되돌아보곤 한다. (다행히도 이 날은 보통 일요일이라 그냥 생각에 잠겨 있기에는 딱이다.) 하지만 이 날의 기억은 이틀이 지났는데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그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운전하다가도 멍하니 혼자 생각에 잠겨 있곤 한다. (이러면 위험하다. 절~대로 하지 마라.)

1월 9일은 트위터로 만난 사람들을 처음으로 직접 만나본 날이었다. 매일 점호를 도맡고 있는 점호여왕 수아 누나와 카리스마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제도 형님, 그리고 늘 후덕하신 광민 아버님까지. 이 모두가 아침 7시에 서울역에 모였다. 대전에 사는, 이제 고등학생이지만 여전히 어린 아이같은 소정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 모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일단, 온라인 정모라는 것은 내 인생 처음이었거니와(이는 인터넷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잘 믿기 힘들어하시는 우리 부모님의 덕이기도 했다), 수아 누나는 온라인으로는 잘 알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봤고, 소정이도 가끔은 말 거는 사이였지만 여전히 좀 불편한 게 없지않아 있었으며, 심지어 제도 형님과 광민 아버님은 트위터에서도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하다가 어쩌다가 이번에 같이 여행을 가게 된 분들이었다. 날 더 두렵게 만든 것은, 이 분들 모두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오프라인으로도 다들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뭔가? 모두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수아 누나야 인적 없는 서울역에서 나를 바로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수아 누나가 소개를 해줘야 했다. 이들이 첫만남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따금씩 혼자 동떨어진 기분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괜히 끼어드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런 기분은 잠시였다. 곧 나는 놀라운 속도로 동화되었다. 모두가 이 21살에 185cm의 비쩍 마른 미국 유학생을 너무나도 잘 받아준 탓이었다. 우리는 기차 안에서 서로의 아이폰에 관해 얘기하기도 하고, 도착해서는 대전 토종 가이드와 함께(!) 대전 거리를 해메기도 했으며, 때아닌 사격 대결(의외로 내가 이겼다. 나도 내 조준력에 놀랐음 ;;)에, 커피숍에서 또다른 트위터리안을 만나는 것까지, 여러가지 일을 같이 겪었다.


(촬영자: 소정이)

지난 3주간 열심히 계획했건만, 정작 뭐 할 지는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가서 5명이서 로드 버라이어티를 찍는 것 같은 상황이 여러 번이었지만, 그런만큼 재미있었다고는 부정하지 않겠다. 사실, 너무 재밌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모든 것이 충동적으로(!) 진행됐다. 소정이 의견에 따라 영화를 두 편이나 보고, 두 번째 영화로 뭐 볼지는 아이폰으로 콜라병 돌려서 정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부지런히 아이폰에게 밥 먹일 방법을 찾는 아이폰 사용자들(특히 내가 선물한 모피 주스 팩을 포함, 무려 세 개의 배터리팩을 휴대했던 수아 누나... 용자)의 광경까지, 여행 내내 정말 즐겁게, 그리고 하염없이 웃었다.


소정이의 나비 핀, 언뜻 보면 코난의 나비 넥타이형 음성 변조기다... ;;

다음날, 1박 2일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

"인연이라는 것은 헤어짐이 아니라,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하루 전에 그러한 여행을 떠났던 나는 정말 이 말이 와닿았다. 이번주 금요일에, 난 다시 대학교로 돌아간다. 이렇게 소중히 맺은 인연을 최소 4개월동안은 못 보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그 인연을 유지할까 한다.

나에게 좋은 인연을 주었던 수아 누나, 광민 아버님, 제도 형님, 그리고 소정이, 모두 고마워요!


2010/1/9.
대전역에서.
이 날, 나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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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doKun
Kudo's Column2010. 1. 11. 21:37
이 글은 TechCrunch의 'The Switch from iPhone to Android, and Why Your First Impression is Wrong"이라는 글을 옮겨왔음을 밝힌다.

지난주에 우리는 드로이드만큼의 데뷔행사를 치른 구글 넥서스 원의 발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예상되었듯이, 넥서스 원은 아이폰과의 다양한 비교를 당하고 있다 - 넥서스 원의 리뷰, 블로그 포스트, 심지어 트윗까지 애플의 골리앗과의 비교가 없는 글을 보기가 힘들 정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로의 스위칭을 생각하시고 계신 분들에게 한 가지 해야 할 말이 있다: 대부분의 얼리 어답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아이폰에 너무 길들여져 왔다. 그리고, 아이폰에 대해 잊고 안드로이드의 메리트를 배우려면 최소 며칠, 혹은 몇 주는 걸린다.

여러분이 오랫동안 윈도우를 쓰던 사람을 갖다가 맥 앞에 앉히고 며칠 쓰게 한다고 생각해봐라. 아마 마우스 커서의 속도가 느리다던가, 아니면 창 닫는 버튼이 윈도우의 오른쪽 대신 왼쪽에 있다고 버튼 배치가 "유저친화적이지 않다"고 개콘 남보원의 박성호마냥 칭얼댄다. (나 어떡해, 어떡해!!!!) 맥을 메인 컴퓨터로 사용한 지 1~2주 정도 지나봐야 "하아아아아아~~~!!!!" 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맥이 주는 이득을 배우면서 "아, 이래서 오바마가 맥 쓰는구나!!!" 한다. 그래, 여러분에게 안 맞을 수도 있겠다.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여러분이 아예 메인 컴퓨터로 작정하고 써봐야 그 차이점을 알게 된다.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다.

나도 지난 몇 달 전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스위칭했기 때문에 그 기분을 안다. 내가 내 드로이드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에 무척이나 기뻤다: 화면은 짱이고 핸드폰 성능도 날아다닌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가라앉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옵션들을 찾기가 힘들었고, 있어야 할 메뉴가 보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아이폰을 쓰면서 배운 것들 - 이젠 거의 본능이 된 것들 - 이 안 먹히게 되자, 안드로이드는 나를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자, 무슨 계시가 온 기분이었다. 내가 원하는 옵션이 없으면, 아래에 있는 '메뉴' 버튼을 누르면 된다. 웹 브라우저나 어플리케이션에서 바로 뒤 화면으로 가야겠다고? 아래에 있는 '뒤로'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이 버튼들이 늘 같은 곳에 있다는 이유 덕에 아이폰 스크린상의 버튼들보다 더 낫다. 게다가, 스크린 자체의 공간도 더 생긴다. 그 버튼들을 쓰는 게 이제 새로운 본능이 되버렸다. 하지만, 이것들이 내가 아이폰 대신 안드로이드를 선택한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제 내가 풀타임 안드로이드 유저가 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넥서스 원의 지메일 앱은 아이폰의 기본 메일 클라이언트를 가뿐하게 뭉게버린다 - 이건 나만 알아차린 사실 또한 아니다. 이메일을 많이 쓰는 사람으로서, 이는 정말 거대한 차이점을 보인다. 구글 보이스 내장 또한 멋지다. 몇 개의 어플리케이션들을 동시에 돌릴 수 있는 능력 또한 새롭다. 위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가 만약 안드로이드를 며칠만 썼다면, 이 장점들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덮여졌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안드로이드의 단점들 - 예를 들어, 다수의 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업데이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나 기본으로 딸려 오는 뮤직 플레이어가 완전 허당이라는 사실 - 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아이폰으로 회항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매일 폰을 쓰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단점들은 안드로이드가 가져오는  생산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게 정말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다: 안드로이드를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아이폰 유저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들, 혹은 좀만 적응하면 사라질 문제점에 대해 불평만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안드로이드가 아이폰만큼 예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안드로이드도 필요한 개선점이 있다. 하지만, 정말로 오랫동안 써보면서 안드로이드를 찬찬히 써보지 않는 한에는, 여러분은 아직 안드로이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체험하지 못한 것이다.

[출처 - TechCrunch]
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