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s Story2008. 1. 1. 22:39

제네시스 1,2,3편을 통해제네시스가 과거 국산 럭셔리카와 비교,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분석을 통해 어떤 차량인지 설명하였다. 제네시스가 현대자동차의 첫 해외형 럭셔리카라는 점에서완벽한 차는아니지만분명 세계무대의 높은 수준에 도달한 차임이 틀림없다. 무려 4차례에 걸쳐 제네시스 관련 컨텐츠를 포스팅 중인데 제네시스를 두고 하고 싶은 말은 밑도 끝도 없다. (이 글역시 너무 길어졌는데 QC차원에서 반으로 줄여 버렸다ㅠ) 제네시스의 기계적인 우수성이라는 바톤을 인계받아 상업적 성공으로 그대로 이어질수 있을까? 본인 역시몹시 궁금한데...

- 국내시장의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현존하는 국내 럭셔리카 시장에서 단연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 1편에서 설명했듯이현존하는 국산 럭셔리 세단들은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한국식' 럭셔리카들이었다. 한국식 럭셔리카란 거대한 차체에 작은 엔진, 화려한 편의장비를 장착한 차들이라 엔지니어링면에서 내세울만한 차들이 아니었다. 지난 몇년간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기반으로 국내 럭셔리카 수요는 외적인 럭셔리에 충실한 국내형 럭셔리카에서 엔지니어링에 충실한 유럽형 럭셔리카로 흘러가고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흐름속에 타이밍을 제대로 잡은 제네시스가 국내에서얻을인기를 쉽게 예상할수 있다. 따라서 제네시스의 실질적 라이벌은 국산 럭셔리 세단들보다 수입 럭셔리카들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럭셔리카 수요는브랜드 인지도를 높게 여기는 그룹과 가격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그룹, 두가지 다른 수요층으로 나뉘고 있는데 제네시스의 경우 성능상 우수하지만 브랜드 인지도나 감성적인 팬들이 없기 때문에 (M, AMG를 제외한) BMW, 벤츠류의 구매고객들을 사로잡기에는 힘들것이다.

제네시스 쇼케이스에서 530i, E350과 비교하여 어느정도 대등한 성능을 인정 받았음에도 불구, 이들을 국내시장에서 제압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브랜드 밸류 때문이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상업적인 브랜드 밸류가 워낙 높고 그에따른 감성적인 이미지를 원하는 수요층이 막강해 제네시스의 엔지니어링이 BMW, 벤츠를 월등히 뛰어넘지 않는 이상이들의 마켓쉐어를 빼앗기가 어렵다.

때문에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있는 제네시스의 캐릭터로 인해BMW 3시리즈 고객들도 잡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벤츠와의 라이벌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E클래스보다 조금 우월한 성능을 내세워 E클래스 아래의 B클래스, C클래스 고객들은 제네시스가 흡수할수있지 않을까? 아우디, 렉서스등도 이와 비슷한브랜드 이미지 문제로 오랫동안 고생해왔다.

반면 브랜드 밸류와 별개로 가격대비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렉서스, 인피니티, VW 파사트류의 수요층을 공략하기에 제네시스는 막강한 패키지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4,000~6,000만원대 가격으로 국내에서 1억이상을 호가하는 BMW 5시리즈,벤츠 E클래스와비슷한 성능을 가졌으니 말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렉서스와 인피니티가 국내에서 객관적인 우수성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높은 성과를 올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제네시스 또한 비슷한 수요층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무리 브랜드 이미지가결정적인 구매조건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불신, 낮은 희귀성, 낮은 중고차 판매가치등은 럭셔리 세단을 마케팅하는데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서 제네시스의 연간 판매대수를 인위적으로 제한시키거나 고객관리부서를 분리시키는 등의파격적인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치는것도 한 방법일수 있을것이다. 결국 제네시스의 기계적인 우수성은 한가지 문제를 해결했을 뿐이다. 제네시스가프리미엄 시장으로 도약하는데 발생하는여러가지 부수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제네시스의 실질적인 성공을 좌지우지 할듯 싶다.

- 미국시장의 제네시스

미국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게 작용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중고차 판매가격도 상당히 중요한 구입조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현대 자동차의 이미지는 단순히 평범한 자동차 메이커일 뿐이지만 미국에서 현대 자동차는 젊은 세대들의 자동차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첫차를 구입하는 고등학생부터 작은 가족을 가꾸고 있는 젊은 부부까지.현재 미국에서 시판되는 대부분의 차들이이 이미지에맞지만 아제라(그랜저 TG), 베라크루즈는 이 이미지에 해당되지 않는다.

두차 모두 동급에서 대단히 우수한 모델로 인정을 받았은에도 불구,현대자동차의 핵심 수요층이 원하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 우수성이 판매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술적으로는 아제라와 베라크루즈도 각각 VW 파사트, 렉서스 RX와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있지만 말이다. 따라서 제네시스의 엔지니어링 우수성이 실질적 판매성공으로 이어지려면 브랜드가 프리미엄 차량들을 수용할때까지 어느정도 시간투자를 해야 할것이다. 제네시스가 독립된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현대자동차 브랜드로 팔린다는 점을보고 있으면완전히 분리된 아이덴티티로 판매되는렉서스, 인피니티, 어큐라같은일제 럭셔리 브랜드들과 전략이 궁극적으로 다르다.

제네시스, 베라크루즈처럼 럭셔리 브랜드 없이 평범한 브랜드로 럭셔리 차량을 출시한 시도는 가장 최근, VW의 페이튼과 투아레그를 예로 들수 있다. 이 두차량은 VW의 평범한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메르세데스 벤츠에 버금가는 럭셔리 브랜드로 키우려던 피에히 전VW회장의 양심찬 계획중 일부였다. 페이튼의 경우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보다도 우수한 성능으로 극찬을 받았으며 심지어 벤틀리 콘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를 개발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해준 차량이다.투아레그는 747 여객기를 토잉할 정도의 엄청난 파워로 이름을 날렸으며 포르쉐 카이엔의 형제차이기도 하다. 언론의 호평속에 2002년, 2003년각각 등장한 페이튼과 투아레그의 VW판 럭셔리 실험 결과는?

비디오클립좌측부터_ VW Phaeton, Bentley Flying Spur,VW Touareg,Porsche Cayenne

페이튼은 VW 브랜드의 가격범위를 훨씬 상위하는 가격으로 미국시장에서 판매부진을 겪은후2006년을 끝으로 판매가 중단되었다. 거의 동일한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아직도 대단한 인기를 얻고있는데도 말이다.투아레그 역시무난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형제차 포르쉐 카이엔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튼과 투아레그를 동급 최고를 극찬했는데도 이러한 실패를 겪었고 아제라와 베라크루즈의 실적을 감안했을때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현대 제네시스도 비슷한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국내의 현대자동차 비관론자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제네시스를 쓸데없는 실패작으로 몰아버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VW 사례를 다시한번 자세히 들여다볼 이유가 있다. 벤틀리 플라잉스퍼와 포르쉐 카이엔은 여전히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페이튼과 투아레그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문제였던것은 아니고 분명 브랜드 이미지가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볼수가 있다.

페이튼, 투아레그, 이 두차량이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는 VW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바로 페이튼과 투아레그의 높은 완성도로 인해 VW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VW 폴로, 골프, 비틀과 파사트등 주요 판매 차량들의 이미지가 함께 올라갔으며 대부분의 소비자들, 매니아들 사이에 VW의 제품들이 무의식중에 도요타, 혼다, 현대보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국내에서 뉴비틀을 미니와 동등한 프리미엄 소형차로 보는 시각이 그 증거다.

반면렉서스, 인피니티, 어큐라라는 성공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탄생시킨 도요타, 닛산, 혼다의 브랜드 이미지는 10년, 20년전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 매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의 시각에서는 렉서스와 도요타는 전혀 별개의 자동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렉서스가 독일3사를 10년간 눌러도 도요타와는 관계가 없으며 도요타가 아무리 F1에 투자를 해도 렉서스의 스포티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는것과 같은 맥락이다. Dom Pgnon, TAG Heuer, Louis Vuitton, Fendi가 LVMH그룹 산하 브랜드라는것이 알려지지 않은것처럼.(더 쉬운 예로 코카콜라와 환타가 같은 회사 제품인것이 알려지지 않은것처럼)

브랜드 개발은 다수의 대중들의 의식을 일부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투자를 쏟아부어도 어느정도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평범했던 VW도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20년정도가 소요되었다. 어쩌면 현대도 VW처럼제네시스, 베라크루즈라는 리스크를 통해 이런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추진중일지 궁금하다. $30,000~40,000대로 예상되는 제네시스의 미국가격에서 이런 전략에 대한 어느정도 힌트를 얻을수 있다. 가격책정에서 현대자동차가 굉장한 고민에 빠졌었다는 소문도 단기/장기전략을 고민한다는 의미로 해석할수 있지 않을까. 1996년의 파사트, 2002년의 페이튼이 등장하기전 VW는 단지 또 하나의 저가 브랜드일뿐이었다. VW과 비슷한 모험을 강행하는 현대자동차의 10년후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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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