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s Story2008. 1. 1. 21:47

국내 자동차매니아들의 최대 굴욕은 외국인들이 "한국엔 어떤 스포츠카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할때가 아닌가 싶다. 칼리스타, 엘란, GX2 같은 몇몇 순수 스포츠카가 있긴 하지만 국산차?라고 언급하기가 애매했다. 그동안 어떤 국내 브랜드보다 현대가 첫 국산 스포츠카를 개발하는데 따른 많은 시간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사실일 것이다. 1991년 스쿠프를 선보이며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2도어 쿠페문화를 만들었고, 1996년에는 티뷰론을 출시하면서 스포티 쿠페시장을 형성하는 등 새로 나오는 쿠페모델마다 한두걸음씩 나가갔던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티뷰론과 티뷰론 터뷸런스 모델 이후 현대에서 진행중이던 프로젝트 'GK'는 국내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200마력 이상의 터보엔진, AWD, 전자 조절식 스포일러 등 수많은 소문이 나돌면서 국내 첫 스포츠카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치솟았으며, 이들의 기대가 워낙 컸던 탓인지 2002년에 나온 투스카니는 그리 만족스러운 모델은 아니었던 듯 싶다. 디자인면에서는 개인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퍼포먼스 또한유럽산 핫해치정도 수준이었다. 첫실망이 일부 가라앉은 얼마 후 투스카니는 엘리사의 우수한 핸들링이 알려지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튜너들의 인기를 어느정도 받았다. 그때만해도 현대는 저가 정책을 펼치던 시절이었기에 미국시장에서 투스카니는 튜닝 잠재력이 높은 저가 스포츠 쿠페 정도로만 자리를 잡았다. 까다로운 입맛으로 유명한 영국의 'Top Gear'도 현대 투스카니를 cool한 차라고 불렀다.

투스카니의 후속으로 BK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또다시 여러가지 소문으로 무성했으며, RWD, V8, 250마력 이상의 성능 등등등.. 투스카니 후속에 대한 관심은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단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투스카니를 선보였던 2002년 이후 미국시장에서 현대의 위상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싸구려 현대" 이미지가 현재 상당 부분 없어진 상태이며, 2003년 미국의 권위있는 Consumer Reports가 현대의 내구성을 혼다와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작년에는 JD Power가 현대를 포르쉐와 렉서스에 이어서 업계 3등으로 지정하는 등 미국에서의 현대 이미지는 어떻게 보면 잦은 파업과 비리로 얼룩진 국내보다도 높게 평하고 있다. 때문에 Automotive News가 현대를 세계 6위 자동차 기업으로 선정한 것은 외국인들보다 한국인들에겐 더욱 충격적인 성공이다.

이러한 변화가 있었기에 새로운 현대 스포츠카 프로젝트는 이전과 달리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추진중인 현대가 프리미엄 모델로 개발중인 이 새로운 쿠페가 어떤 모습과 성능으로 등장할지. . 과연 소문대로 고성능 후륜구동 쿠페를 개발중인지... 인터넷 포럼들이 위장막을 씌운채 테스트중인 BK의 사진들을 업로드하면서 이차의 개발 과정을 상세히 따라갈 수가 있었다. 얼마전에는 양산형 BK 쿠페의 사진이 인터넷으로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썩 괜찮은 모습이 자동차 포럼들간에 핫이슈가 되었다.

11월 14일에 개막하는 LA 모터쇼에 BK 쿠페가 Hyundai concept Genesis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에 외신들은 일제히 이차를 LA 모터쇼의 최고 기대작으로 꼽았다. 미국판 GT-R, EVO X, STi가 등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완성되지도 않은 국산 스포츠카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전례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곧 해외에서 이차에 대한 인기를 증명하는 것이다. GK 프로젝트 이후 조심스레 기대를 걸고있던 국내팬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 스포츠카 역사에 한 획을 긋지 않을까?

도대체 어떤 차이기에 이렇게 말이 많을까? 투스카니처럼 말많고 기대만 높았다가 실망하지는 않을까?


컨셉 제네시스 쿠페는 오랫동안 알려졌던 open secret 그대로 2009년에 데뷔할 2+2 개념의 본격적인 스포츠카다. 양산형에 등장할 3800cc V6엔진은 300마력이상의 파워로 역대 현대차중 가장 파워풀한 차량일 것이며, 현대는 이 차를 시중에서 가장 저렴한 300마력대 스포츠카로 마케팅한다고 한다. 더 쉽게 표현하면 인피니티 G37의 성능과 품질을 미쓰비시 이클립스 가격선에 선보이는 것이다. 300마력 버전의 $25,000대(25,000 x 914 = 2284만원) 가격도 이번에 공식적으로 밝혀서 소문대로 엄청난 가격대비 가치를 지닌 차량이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중의 하나는 이차가 투스카니 후속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는 FWD의 스포티 쿠페와 RWD 고성능 스포츠카 두모델을 라인업에 배치시킨다고한다.

디자인

컨셉 제네시스 쿠페는 2009년 봄에 등장하는 양산차의 컨셉트 버전이라지만 최근 유출된 양산형의 모습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20인치 하이휠과과 값비싼 오렌지 페인트 패션, 카본파이버 악세사리를 벗은 쌩얼은 사실상 양산형 그대로다. 따라서 컨셉 제네시스 쿠페의 화려한 치장에 흔들리지말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양산차의실루엣을 짐작할 수 있다. 단순한 꽃단장으로 만들수 없는 컨셉 제네시스 쿠페의 공격적인 자태는 현대차라고 믿기 힘들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다. 누가 현대차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십중팔구 일본차로 봤을 것이다. 어디선가 묘한 동양 분위기가 미국이나 유럽차와는 사뭇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컨셉버전의 Sonic Orange이라는 강렬한 오렌지 페인트와 여기저기 흩어진 카본파이버 부품들은 이차의 주요 타겟 고객층이 어디인지 현대는 분명히알고있다고 설명해 준다.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 수석 디자이너, Joel Piaskowski씨는 컨셉 제네시스 쿠페의 디자인 작업에 르망 레이싱 프로토타입, 드리프트 머신, Jada Toys Dub City 자동차 모형(Pimp my ride 스타일)을 참고했다고 한다. 레이싱, 드리프팅, 장난감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했다면 저가 고성능 후륜구동 쿠페의 강점을 두루 살려 현대가 미국에서 공략중인 20, 30대 드라이버들에게 대단한 어필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산형의 사진이 유출되었을때 뒷좌석 유리창이 앞좌석 유리보다 내려앉은 점이 논란거리였는데 더 자세히 여러각도로 보니 다른 차들에 비해 파격적일 뿐만 아니라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의 모양을 본딴 것이고 앞/뒤 범퍼도 비슷해 전체적으로 앞과 뒤, 옆모습에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컨셉 제네시스 쿠페만의 아이덴티티도 분명해 보이지만 중간중간 다른 현대 차량의 모습도 보인다. 앞은 컨셉 제네시스 세단 버전을 날렵하게 바꾼 인상이고 옆은 초기 티뷰론과 투스카니 옆모습을 버무린 모습이다. 유출 사진에서 뒷모습이 G37과 너무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더 자세히보니 초대 아반떼를 연상시켜 우리에게 어느정도 친근한 디자인 인것 같다. 카본파이버 보네트와 지붕, 20인치휠은 양산형에 반영될 확율이 상당히 낮은 컨셉카에 국한된 디테일이다.

컨셉 제네시스 쿠페와 양산형 비교사진
엔지니어링

컨셉 제네시스 쿠페는 제네시스 세단, 베라쿠르즈와 함께 엔트리급 럭셔리 차량으로 공략하는데 어느때 보다도 엔지니어링이 중요한 차량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무엇보다도 성능과 품질이 최대 관건이다. 프레스 릴리즈에 의하면 기본형이 2000cc 215마력 4기통 터보엔진을 장착하고 그위에는 3800cc 300+마력 자연흡기 V6모델이 나올 예정이고 V8은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프레스 브리핑에서 현대는 제네시스 쿠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E46세대 BMW M3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는데 그 결과 M3보다 24% 높은 샤시 강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300마력은 이차에 어느정도 보수적인 파워 수치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직 1년정도 남은 제네시스 쿠페의 개발기간 동안 성능을 더 높일지도 모를 일이다.

M3의 영향은 샤시 뿐만 아니라 LSD, Brembo 브레이크 등으로 영향을 끼친다. 양산형 제네시스 쿠페의 라이벌중 E46 M3에 견줄만한 성능을 가진 차는 아직도 닛산 350Z와 포르쉐 복스터, 카이만 정도로 극소수여서 만약 제네시스 쿠페가 E46 M3를 어느정도 따라간다면 GT-R을 제외한 그 어떤 일본 스포츠카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할 듯 하다. 제네시스 쿠페의 스펙은 인피니티 G37, 닛산 350Z에 상당히 근접해 RX-8, 이클립스를 훨씬 웃도는 스펙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컨셉 제네시스 쿠페의 제원을 아주 상세히 공개해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이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스 릴리즈에 유일하게 표시 안된것이 바로 무게다. 퍼포먼스 차량에게 무게는 '아킬레스의 힐'격인 존재로 아무리 훌륭한 스포츠카도 비만이라면 소용없다. E46 M3가 1570Kg정도의 무게로 342마력을 지녔다면 1마력당 3.6Kg 정도의 마력대 무게비율을 가지고 있는데 투스카니 엘리사의 경우 176마력과 1372Kg으로 1마력당 7.7Kg으로 M3보다 훨씬 버거운 마력당 무게비율을 지녔는데 컨셉 제네시스 쿠페가 300마력이라고 가정하면 M3의 마력당 무게비를 맞추기위해 차량 중량을 1080Kg에 맞추어야 한다. (1080Kg 이 아니라 약1377Kg으로 수정합니다. by Pain)

카본파이버 샤시를 쓰지않는 이상 이루기 힘든 목표인데 M3보다 샤시강성을 24% 높였다면 가격을 고려해 볼 때 가볍고 비싼 재료보다는 더 무겁게 설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대는 공식적으로 "300 마력 이상"이라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출력수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어보이면서도 투스카니보다 높을 무게를 감안하면 M3수준의 마력당 무게비율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보다는 마력당 무게비 5.0의 350Z, 5.1의 G37에 더 가까울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로 RX-8은 5.7, 머스탱 5.2, 복스터는 S 5.2.이다.

마케팅

미국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컨셉 제네시스 쿠페는 정말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녀석이다. 20,30대를 주 타겟층으로 공략하는 현대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모델이었는데 디자인에서나 엔지니어링이나 상당한 수준의 차량이 등장해 많은 관심을 끌것이다. $25,000에 300마력대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정말 힘들어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해외 포럼 유저들은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 쿠페의 라이벌로 임프레자 WRX, STi, Evo X, 350Z, RSX 같이 인기있는 일제 스포츠카들을 꼽아 동양 이미지가 강한 미국 튜너시장이 제네시스 쿠페를 흡수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차량 생산 및 공급 문제와 서비스 수준이 고객반응에 많은 영향을 끼칠듯 하다. 아직 양산형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가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보다 환율이 싼 미국에서 생산될 경우 $25,000, 한화로 약 2240만원대의 가격에 판매가 국내에서도 가능한지 등이 관건일듯 하다. 사실 그동안 국내 스포츠카 시장은 전체 내수시장의 1%도 안돼 내수용 스포츠카를 개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투스카니 드라이버들 뿐만 아니라 외제 스포츠카 드라이버까지 사로잡을 퀄리티 높은 양산형 제네시스 쿠페 조차 일부 하드코어 틈새시장을 제외한 대중적인,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에서 파업 및 비리로 얼룩진 이미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아직 제네시스 쿠페를 평가하기에는 매우 이르지만 양산형 제네시스 쿠페의 잠재력을 가늠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것이 컨셉 제네시스 쿠페다. 양산형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소문으로만 들었던 스펙과 디자인, 잠재력이 막상 눈앞에 보이자 국산차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에 놀라고 또 놀란다. 특히 디자인면에서는 국내, 해외팬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듯 하며, 튜너들이 눈빠지게 기다리는 제네시스 쿠페의 튜닝카로서의 자질도 엿볼 수있다. 20인치 휠과 보디킷이면 왠만한 차들이 다 멋있어 보이는데 300마력 V6엔진이 6단 수동기어와 LSD를 통해 뒷바퀴를 굴리는 모습이 pimp my ride이 아닌 본격적인 퍼포먼스 모델로 자리잡는데더할 나위 없는머쉰이 될것으로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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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