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s2008. 11. 23. 12:25
제목: 퀀텀 오브 솔러스 Quantum of Solace
주연: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올가 쿠릴렌코 (카밀 리베라), 마티유 에말릭 (도미닉 그린), 젬마 아르테론 (필즈), 주디 덴치 (M)
감독: 마크 포스터

<지난 이야기>
제임스 본드는 007 살인면허를 갓 받은 신참. 그의 첫 임무는 바로 테러자금을 대행하는 르쉬프를 막는 것. 본드는 카지노 로얄 포커 게임에서 르쉬프를 저지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연인 베스퍼의 예상치 못한 배신으로 인해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베스퍼가 죽기 직전에 그에게 남긴 메시지를 이용, 조직의 수뇌부 중 한 명인 화이트를 사로잡는다.

007 시리즈는 그간 냉전시대 동안 제임스 본드를 냉전의 영웅으로 내세우며 크게 활약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냉전이 종식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간의 본드 영화들은 모두 갈피를 못잡고 해메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카지노 로얄>에 오면서 다 달라졌다.

2000년대에 우리는 다양한 시리즈 영화들의 '리셋'을 보았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가 그러하고, <카지노 로얄>과 오늘 리뷰할 <퀀텀 오브 솔러스>도 그러하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정확히 2년 전에 선보인 <카지노 로얄>은 파격적이었다. 본드 역 사상 최초의 금발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본드는 기기의 버튼을 누르는 다른 본드들과는 달리 직접 뛰어다니고, 맞고, 심지어 고문까지 받는다. 예전의 본드가 그냥 어느 벽 뒤에서 버튼만 눌렀다면, 크레이그는 직접 앞에 나가 싸운다.

<퀀텀 오브 솔러스>도 이런 관점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다. 아니, 훨씬 더 과격해졌다. 약간 도를 지나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카메라 워크는 어떤 상황인 지 알기에는 너무나도 정신이 없다. 이 영화에서 깨끗한 본드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영화 전체 중에서 한 60%는 먼지와 피로 둘러싸여 있다. 예전의 본드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라 예전부터 본드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들은 적응이 힘들 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시대 흐름을 따르는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영화는 초반부터 강력하게 연다. 이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이라면 이미 알겠지만, 바로 초반부터 애스턴 마틴 DBS의 추격장면이 펼쳐진다. 이 장면은 최근 필자가 본 추격장면 중에서 가히 최고라고 뽑을 수 있다. DBS 두 대 말아먹고, 스턴트맨 한 명 부상시킨 게 그래도 효과는 본 모양이다.

하지만, 오프닝 크레딧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너무... 어색해보였다고 해야 할까. 하도 <카지노 로얄>이 박혀서 그러리라... ;;


새로운 본드걸 카밀 역을 맡은 올가 쿠릴렌코는 <히트맨>을 보신 분들이라면 낯이 익은 배우다. 우크라이나 출시 배우라는데, 영화에서는 스페인어 연기와 엑센트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 덕에 러시아 공산당에서는 이 누나를 '배신자'로 낙인했다고. (그럼 뭐해? 전세계에서 아~무도 상관안한다는거...) 하여튼, 카밀은 <카지노 로얄>의 베스퍼보다 더 복잡한 캐릭터인데, 올가 쿠릴렌코는 그를 잘 소화해낸다.

악당인 도미닉 그린은 조금 상관관계가 모호한 악당이다. 표면상으로, 그는 환경을 위해 애쓰는 회사 그린 플래닛의 사장이지만, 다른 쪽으로 그는 본드가 쫓는 조직의 수뇌부다. 필자가 불만이었던 점은, 그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스포일러를 흘리기는 싫지만, 이 사람이 최종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 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스토리는 약간 정신이 없다. 많은 분들이 말하는 스토리가 없다는 말은 조금 잘못됐고, 이해가 힘들다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이 영화는 <카지노 로얄>의 한 두세배는 되는 배신들이 난무한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배신했고, 누가 누구 편인지 트랙하기가 힘들어진다. 나중에는 본드가 누구를 쫓아야하는 지조차 약간 헷갈리게 된다. 수많은 액션 장면 사이에서, 스토리는 갈팡질팡이 되버린다는 점은 약간 아쉬웠다. 비주얼에는 많은 돈을 썼지만, 각본에는 별로 안 쓴 모양이다.

또한, 영화의 또다른 문제점이라면 <카지노 로얄>을 보지 못했거나 기억이 안 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더 스토리 부분에서 헤맬 것이라는 거다. 베스퍼는 이 영화에서 사진으로만 나올 뿐, 그녀는 계속 이름으로만 거론된다. 그러니, <카지노 로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녀가 본드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확실히 평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한 마디만 하겠다. 확실히 <퀀텀 오브 솔러스>는 좋은 영화다. 또한, <카지노 로얄>에서 시작된 스토리가 어떻게 끝나는 지 보고 싶다면, 필히 이 영화를 봐야 할 것이다.

평점: 4.5/5


 <Quantum of Solace> Main Theme - "Another Way to Die"
Jack White & Alicia Keys
Posted by Kudo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