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Reviews2009. 7. 26. 18:08
제목: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감독: 데이빗 예이츠 David Yates
주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Daniel Radcliffe (해리 포터 Harry Potter), 루퍼트 그린트 Rupert Grint (론 위즐리 Ron Weasley), 엠마 왓슨 Emma Watson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Hermione Granger), 톰 펠튼 Tom Felton (드레이코 말포이 Draco Malfoy), 보니 라이트 Bonnie Wright (지니 위즐리 Ginny Weasley)
러닝 타임: 153분
토마토 미터: 83%[각주:1]
네이버 평점: 6.72[각주:2]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재밌는 해프닝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기 전 날(7월 24일)에 트위터에 갑자기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이 자동차 사고로 즉사했다는 기사가 급작스럽게 퍼졌다. 결국은 다행히도 지난 스티브 잡스 사망 오보사건처럼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필자는 하필이면 이 영화를 엠마 왓슨의 유작으로 볼 뻔했다는 해프닝이다... ;;

참... 해리 포터 시리즈도 긴 길을 걸어왔다. 1997년에 처음으로 시작된 책 시리즈는 결국 10년 뒤인 2007년에 7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들 Harry Potter and Deathly Hallows"이 나오면서 끝을 맺었다. 영화 시리즈는 그보다 4년 늦은 2001년부터 시작돼, 역시나 10년 뒤인 2011년에 완결을 짓게 된다. (7편인 "죽음의 성물들"은 두 편으로 영화가 나눠지며, 각각 2010년과 2011년에 공개된다.)

시리즈 6편인 "혼혈왕자"는 어떻게 보면 "죽음의 성물들"에 대한 프리퀄의 성격이 더 짙다. 시리즈의 엔딩을 향한 숨고르기라고나 할까. 영화 버전은 마법의 세계를 보여주는 주 직업은 잘 해낸다만, 너무 욕심많게 부업을 시작했다.


1) 스토리
이제 호그와트 6학년. 볼드모트 경(랄프 파인즈, 이 영화는 출연하지 않았다)의 부하들인 죽음을 먹는 자들은 기어이 머글 세상까지 습격하기 시작하고, 덤블도어 교수(마이클 갬본)는 볼드모트를 죽이기 위한 최후의 계획의 일환으로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함께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또한, 그는 볼드모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슬러그혼 교수를 고용해 해리에게 그를 수사하라고 지시한다.

한편, 호그와트에는 사춘기의 분위기가 물든다. 해리와 지니(보니 라이트)는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며,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는 론(루퍼트 그린트)의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혼혈왕자"는 어떻게 보면 영화화가 상당히 어렵다. 볼드모트의 비밀이라는 스토리라인과 러브 스토리라는 또다른 스토리라인을 모두 따라야 하는 상황 때문. 물론, 관객이 가장 관심이 생기는 것은 바로 해리의 로맨스. 이 때문에 이 영화에서 해리가 관심을 보이게 되는 지니는 중요한 캐릭터로 급부상한다. 영화에서 지니의 캐릭터적 신분급상승은 어떻게 보면 그간 소설들에서 지니에 대해 다루었던 내용들을 영화에서 빼버린 것 때문에 약간 괴리감이 있다. 예를 들어, 지니는 "마법사의 돌"에서 해리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를 좋아했다던가, "비밀의 방" 사건 이후 그를 더 좋아하게 됐다는 그러한 복선들을 이전 영화들에서는 다 가차없이 빼버렸기 때문에(아무래도 영화의 독립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혼혈왕자"에서 해리와 지니의 일명 '급진전' 로맨스는 소설을 안 읽으신 분들은 상당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특히, 지난 편인 "불사조 기사단"에서 해리가 사랑에 빠졌던 초 챙은 아예 해리의 기억에서 멋지게 '삭제'되었고, 꼭 해리가 애초부터 지니한테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되버렸다. 물론, 해리와 지니의 로맨스는 이 영화의 중요한 플롯 중 하나이고, "혼혈왕자" 영화 자체에서는 상당히 잘 다뤄내지만, 다른 극장판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지니의 정신세계(???) 덕에 너무 갑작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딘 토마스랑 사귀던 얘기는 그렇게 짧게 언급하려면 그냥 확 빼던가... ;;) 안 그래도 가득한 독설에 막말을 하나 추가하자면,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다음부터 키높이 구두를 신어야 하겠다. 보니 라이트가 생각보다 키가 상당히 크더라... ;; 하여튼, 러브 스토리만 따지고 볼 때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영화에 나오는 두 커플의 러브 스토리 중 론 쪽에 약간 치우친 경향이 없지않아 있다는 점이다. 물론, 론 쪽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더 재미있는 점은 이해하겠으나, 많은 관객들이 해리의 로맨스에도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밸런스를 잘 유지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밸런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가 위에 언급한 두 스토리라인 가운데 로맨스에 더 치중한 느낌이 드는 점도 아쉽다. 어디까지나 불사조 기사단과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의 대결구도가 이 영화의 메인 플롯이여야 할 때, 영화를 보고 나오면 기억나는 것은 그 두 커플의 수줍은 로맨스뿐이다. 주객전도가 된 기분이랄까.

필자가 하도 독기를 품고 쓰는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리고 스토리의 장점을 써내려가볼까 한다. 일단, 필자가 상당히 걱정했던 2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 안 그래도 영화가 상당히 지겹다는 제보가 들어왔었기 때문에 상당히 걱정이 많았지만, 스토리적 구조는 일전에 리뷰했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보다 훨씬 더 잘 짜여졌다. 밸런스 문제를 뒤로 하고, 두 스토리라인의 배치는 잘 되어 있고, 일전부터 해리 포터를 잘 알아왔다면 마냥 지겹지만은 않을 것이다.


2) 연기
해리 포터 시리즈로 연기를 하며 큰 아역 배우들과 그들을 도와주는 명배우들. 이들의 조합은 상당하다. 데뷔를 이 캐릭터들로 했으니 아역배우들은 이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상당하며, 상당히 자연스럽다. 또한, 조연들도 상당한 명배우들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상당히 유명한 덤블도어 교수 역의 마이클 갬본하며, 우리에게는 "다이 하드" 1편의 악당으로 처음 알려진 스네이프 교수역의 알란 릭맨 등은 이 영화들을 늘 빛나게 해줬으며, 이 영화에서도 예외는 없다.


3) 프리젠테이션
"요즘 영화는 CG가 있어야 한다"는 속설 때문인 지는 몰라도, 해가 가면 갈수록 해리 포터 영화들에는 디지털 효과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었다. (생각해보면, 1편에는 그렇게 디지털 효과가 많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혼혈왕자"는 그 정점을 보여준다. 런던의 밀레니엄 브릿지가 무너지는 장면이나 다양한 전투 장면 등은 화려한 볼거리다만... 아무래도 볼거리에서는 유일하게 트랜스포머에 비해 그리 큰 기대는 걸지 않는 것이 좋다. 솔직히 말해, 마법을 쓰는 게 더 화려한가, 아니면 차들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게 더 화려한가? 하지만, 오히려 볼거리를 약간 절제한 것도 보기 좋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또다른 성공작이다. 2시간 반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지겹지 않으며, 연기야 다들 늘 잘하고, 프리젠테이션 면에서도 잘 컨트롤을 한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리-지니 커플 지지자(!)인 필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전편들에서 지니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점이 아쉽고, 또한 메인 플롯과 러브스토리라는 사이드 플롯의 주객전도가 아쉽다. 이제 2010년과 11년, 기어이 10년만에 해리 포터 극장판도 끝내게 된다. 자, 다들 유종의 미는 잘 거둬야지?

최종평가
  • 스토리: 당히 잘 꾸며진 구조 덕에 2시간 반을 잘 썼다만, 밸런스가 아쉽다. 지니의 언급 문제는 딱히 이 영화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논외. (7.5/10)
  • 연기: 뭐... 같은 캐릭터를 8년째 하는데, 잘하지 않겠어? 물론 잘한다. (9.5/10)
  • 프리젠테이션: 화려함을 원하셨다면, 트랜스포머를 봐라.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화려한 것들은 절제하는 것이 낫다. (9/10)
최종점수: 8.7/10
(평균 아님)
  1. http://www.rottentomatoes.com/m/harry_potter_and_the_half_blood_prince/ [본문으로]
  2.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7900 [본문으로]
Posted by KudoKun